지성의 샘터

만세운동103주년에 즈음하여

이성수
2022-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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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지역만세운동]


천안지역만세운동의 특징은 매우 치밀하게 기획되었다는 점이다. 천안관내 (직산군,목천군,천안군)와 진천,연기,아산,공주 일대에서 벌어진 만세운동들이 상호 연관성과 동일패턴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동일주도,동일준비가 선행되었다는 반증이다. 이를 들여다보면 이런 분석이 나온다. 첫째, 주도세력의 동질성. 둘째,거사일의 통일성. 셋째, 또 다른 목적이다.

당시 이 지역은 감리교선교지였다. 천안은  경부선철도역이 있었고 충청북부지역의 감리교선교센터로설립된 천안읍교회가 그 중심에 서 있었다. 당시 감리교천안지방은 동으로는 진천 음성과 남으로는 전의 조치원, 서로는 아산과 예산까지 관할지로 되어 있었다. 모든 지방행사가 천안읍교회에서 열렸다. 월리암스감리사의 사무실이 이곳에 있었고 교역자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안창호목사가 그 중심에 있었다. 그는 인천내리교회 출신이며 월리암스의 한국어선생이었다. 그는 이미 3.1거사에 대한 계획을 알고 있었으며 호서지역에서는 김병제와 함께 민족대표 제의를 받았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이를 사양했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그보다 훨씬 중요하고 비밀한 미션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창호는 천안의혈단을 조직하고 이들에게 천안지역만세운동을 기획하게 한다. 지역별 책임자는 감리교 목회자들이었고 참여자들은 각 교회교인들이었다. 

거사일은 장날로, 거사장소는 장터로정했다. 매일밤 비밀회동이 천안읍교회에서 부흥사경회 명목으로 모여졌다. 지역교회 지도자들이 모여 태극기를 찍어냈다. 동원계획을 세우고 만세시위를 위한 계획을 세웠다. 

음력3월28일 입장장터,29일천안장터,30일성환장터,4월1일아우내장터에서 연속으로 만세시위가 벌어진다. 각 교회 교인들이 앞장서고 장터에 모인 인파들이 동참한다. 일경은 당황하여 총검으로 진압하였고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유관순을 비롯한 극렬 시위자들이 투옥되었다.

그런데 진짜 주모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일경은 주모자를 찾기에 혈안이 되었다. 엉뚱하게도 안창호목사는 공주에서 현석철목사와 함께 체포된다. 일본경찰은 천안읍교회당과 사택을 마루장까지 뜯어가며 샅샅이 수색한다. 무엇을 찾으려던 것이었을까?

안인아여사(안창호의 차녀)는 그의 증언에서 "가입장"이라고 말한다. 이는 1919년 6월에 파리에서 열릴 국제평화회담에 보내기 위해 작성된 "조선자주독립"에 대한 청원서다. 안창호목사가 민족대표를 사양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삼일운동의 와중에 지역교회 지도자들로부터 서명지를 받으러 다니다가 공주에서 체포된 것이다. 그는 이 일로 고문을 받다가 결국 자기로 인해 교회가 해를  당하는 상황이 되자 사임하고 하와이로 망명한다.

이로 인해 천안만세운동은 역사속에 묻혀버리고 만다. 

이제 100년 후의 그 시즌에 그의 손자  안형주에 의해 묻혀진 역사가 하나씩 살아났다. 그는 지난 30년간 미군전역을 샅샅히 돌아 수많은 자료를 수집하였다. 천안만세운동사업회에서 이를 책으로 얶었다. 천안지역만세운동은 하와이를 중심으로 한 미주한인민족운동으로 승화된다. 그리고 상해임시정부와 김구의 독립운동자금을 후원한다. 

우리가 그 역사를 기념하고 계승해야할 이유이다. 코로나로 인해 잠시멈춤이 되어버린 안타까운 현실이 개탄스럽다. 하지만 코로나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우리의 상황에 대한 변명이 너무 궁색하지 않은가?  

역사를 모르면 동일한 불행의 반복을 막을 수 없으며 계시가 없는 백성으로 방자히 행하게(잠29:18) 한다. 

플라톤은 폴리테이아(πολιτεία)에서

이르기를,

["...자신이 나서는게 부담스러워 저지하지 못한다면, 가장 큰 손실은 '나만도 못한' 종자에게 통치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I. 347ξ.)]

ㅡ라고 말하였다. 여기서 나만도 못한 종자는 곧 방자히 행하는 자요, 저질스런 종자로도 해석된다. 모두 역사에 대한 무지병의 후유증이다.

우리가 오늘의 번영과 축복을 누리는 것은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고 생명으로 지켜낸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큰소리치는 어느 누구라도 순국열사를 기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겸손하게 허리를 숙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