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의 샘터

●□●□트럼프와 고레스

이성수
2017-11-20
조회수 111
트럼프가 국회연설을 하고 갔지만 언론과 특정 정치인그룹은 전혀 조명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나라도 말 좀 해야겠다.
단도직입즥으로 말하면 난 트럼프가 고레스같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 실현가능성은 없어보이지만....

에스라에 의해 ‘페르샤의 왕 고레스’(לכורש מלך פרס)로 소개되는 이 인물은 이란의 국부로 알려진 키루스2세를 일컫는 말이다.
구약성서에서는 에스라 외에도 역대기사가, 이사야 선지자의 글에서도 소개되고 있는 인물이다.
“바사의 고레스 왕 원년에 여호와께서 예레미야의 입으로 하신 말씀을 이루시려고 여호와께서 바사의 고레스 왕의 마음을 감동시키시매 그가 온 나라에 공포도 하고 조서도 내려 이르되”(역대하 36:22)
“고레스에 대하여는 이르기를 내 목자라 그가 나의 모든 기쁨을 성취하리라 하며 예루살렘에 대하여는 이르기를 중건되리라 하며 성전에 대하여는 네 기초가 놓여지리라 하는 자니라”(이사야 44:28) 라고 기록하였다.
ㅡ이것이 어떤 의미인가.

사실 배타적 선민사상과 유일신론으로 똘똘 뭉친 유대인이 어떻게 이교도 제국의 왕을 '하나님의 대리자'로 여길 수 있을까 ? 아마도 우연찮게 잡은 본토 귀환의 기회를 유대인들 스스로 극적인 신학으로 꾸민 게 아닌가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런 것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읽는 구약성서는 유대인이 바벨론으로 끌려갔다가 돌아오는 70년 구간(BC605~539)에 집대성 된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 여러 예언서 가운데 아모스서의 위치가 중요하다. 다른 예언서는 질책과 함께 회복/부흥을 담고 있지만 아모스서만큼은 회복을 전혀 말하지 않고 이스라엘의 죽음과 심판만을 담고 있다. BC 8세기 문헌인 이 예언서에 따르면 한마디로 이스라엘은 끝장났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파라독스가 있다. 이것이 시작이라는 것이다.

‘끝장 났다...’ 이 끝장이 났다는 사고는 바벨론 유대인들에게 있어 기본적인 패배의식이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암울한 패배의식이 작동하고 있듯이 당시 유대인 전반의 관념은 끝장났다는 패배의식이었다. 하지만 그 중에는 패배의 원인을 알고 역사의 흐름까지 이해하는 역사인식이 분명 살아있었다.

당대 포로생활을 신의 징계로 이해했던 교사들은 일정 기한이 차면 신께서 본토로 귀환시키실 것이라는 예언을 싹트게 했고 또 가르쳤다. 마치 일제 강점기와 6.25를 겪은 우리 민족이 때가 차면 해방과 평화가 오리라고 기대한 것처럼....

하지만 힘없는 민족, 영향력 없는 현자의 입으로 아무리 외쳐봐야 그것이 대중에게 먹혀들어갈 리 만무하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밑바닥 민초들과 무명의 선견자들이 아무리 그런 역사 인식을 드러내봐야 알아듣는 이도 없고 미친놈이라는 소리나 듣고 그 말은 무시되고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처럼....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그 연기로 사라진 말을 그대로 반복 하니까 모든 죽었던 생기가 되살아났다.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내내 알고 있는, 내내 외쳐오던 말인데 트럼프의 입을 빌려 말하니까 격랑이 일어났다. 이것이 바로 말(Logos)의 권세다.
고레스의 로고스도 마찬가지였다. 고레스는 살아생전 자신을 덕의 화신으로 여겼다 한다. 트럼프가 자신을 모든 자유를 추구하는 국가의 보호자로 자처하며 소명을 갖는 것처럼....

바벨론에서의 생활을 유배 생활로 인식했던 유대인들은 막연한 부활의 기대 속에 살며 나즈막한 예언을 소리죽여 말하다가 혜성같이 등장한 세계 최고의 실력자가 “이제 다 마쳤다. 돌아가라!”고 하자 그들은 그 말에서 조상과 맺은 계약의 절대 주체였던 신 야웨의 음성을 들은 것이다.

여기에서 “의롭다 하다”라는 음성을 인식한다. “의롭다”가 아니라 “의롭다 하다”이다. 디카이오오(δικαιόω).
이 디카이오오는 자유의 총화를 뜻한다. 실제로 ‘의로운가’와는 별개로 최고의 실력자의 권세로운 말이 자유를 선포하니 “의롭다 하다”가 된 것이다. 이것을 신약성서 저자와 초대교회 설립자들이 ‘칭의’(δικαιοσύνη)라 부른다.

그러니까 회복/부활의 신학에는“사람들 사이에 시비가 생겨 재판을 청하면 재판장은 그들을 재판하여 의인은 [[의롭다 하고]] 악인은 정죄할 것이며”(신 25:1)
“모든 백성과 세리들은 이미 요한의 세례를 받은지라 이 말씀을 듣고 하나님을 [[의롭다 하되]]”(눅 7:29)
ㅡ와 같은 권위 전승에 나타난 ㅡ‘의롭다 하다’ 라는ㅡ 강력한 선언적 ‘의’(義)와 구원이 현존하는 절대군주의 입/로고스를 통해 실현되는 광경으로 보게 된 것이다.

물론 이 예언을 수용하지 않는 진정한 수구 가운데는 저 소리를 무기나 팔아먹으려 한 소리다ㅡ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럴찌라도 트럼프의 로고스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와 국민들이 어떤 길로 가야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걸알아먹은 사람이 몇이나 될지?
2500년전 유대인들 중에도 그걸 알아챈 사람은 즨 국민 중에 49,750명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