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의 샘터

●●●낙태에 대한 히포크라테스의 입장

이성수
2017-12-03
조회수 1731
동서고금의 모든 의사들의 의료윤리 선서문으로 차용되고 있는 히포크라테스 선서(Hippocratic Oath)는 히포크라테스가 자기 선대의 의료적인 견해들을 정리하고, 직접 시행해보고, 그 치료의 결과들을 자료화 하여 집대성한 것을 요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문을 읽어보면 알다시피 환자 치료에 관한 직접적인 내용이라기보다는 (사회) 윤리적 측면을 강조하되, 특히 의사들의 가문이나 인너써클을 위한 조언을 주된 내용으로 담고 있음을 알수 있다. 서로의 아들을 가르치고, 자신들의 교사를 보살 피고 있는 것이다. 즉 고대의 어떤 의료 그룹이 이 문서를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히포크라테스는 단지 이를 논거로 세우려는 집단의 욕망이 만들어낸 설립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지울수 없다. 실제로 실존적 히포크라테스는 BC 430년경 플라톤에 의해 언급된 것이 고작이다.

그의 선언문에는 현재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낙태에 대한 진술이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해석상 좀 상이한 부분이 있다. 유의하여 볼 필요가 있다.

THE OATH OF HIPPOCRATES I SWEAR by Apollo the physician and Æsculapius, and Health, and All-heal, and all the gods and goddesses, that, according to my ability and judgment I will keep this Oath and this stipulation — to reckon him who taught me this Art equally dear to me as my parents, to share my substance with him, and relieve his necessities if required; to look upon his offspring in the same footing as my own brothers, and to teach them this art, if they shall wish to learn it, without fee or stipulation; and that by precept, lecture, and every other mode of instruction, I will impart a knowledge of the Art to my own sons, and those of my teachers, and to disciples bound by a stipulation and oath according to the law of medicine, but to none others. I will follow that system of regimen which, according to my ability and judgement, I consider for the benefit of my patients, and abstain from whatever is deleterious and mischievous.

《낙태와 관련된 부분》
I will give no deadly medicine to any one if asked, nor suggest any such counsel; and in like manner I will not give to a woman a pessary to produce abortion. With purity and with holiness I will pass my life and practice my Art.

나는 요청받는다하더라도 극약을 그 누구에게도 주지 않을것이며 그와 같은 조언을 하지 않을 것이며, 비슷한 의미로 낙태를 조장하는 페사리를 여성에게 주지 않을 것이다. 청렴과 숭고함으로 나는 나의 인생을 살 것이며 나의 의술을 펼치겠노라

I will not cut persons labouring under the stone, but will leave this to be done by men who are practitioners of this work. Into whatever houses I enter, I will go into them for the benefit of the sick, and will abstain from every voluntary act of mischief and corruption; and, further, from the seduction of females or males, of freemen and slaves. Whatever, in connection with my professional service, or not in connection with it, I see or hear, in the life of men, which ought not to be spoken of abroad,

I will not divulge, as reckoning that all such should be kept secret. While I continue to keep this Oath unviolated, may it be granted to me to enjoy life and the practice of the art, respected by all men, in all times. But should I trespass and violate this Oath, may the reverse be my lot.

이상의 글 중 다섯 번째 문단에서 바로, “비슷한 의미로 낙태를 조장하는 페사리를 여성에게 주지 않을 것”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원어로 보면 이렇다.

οὐδὲ ὑφηγήσομαι συμ βουλίηντοιήνδε: ὁμοίως δὲ οὐδὲ γυναικὶ πεσσὸν φθόριον δώσω

문제는 여기서 ‘낙태’로 볼 만한 단어가 없다는 사실이다. “파괴적인 페사리”이지 “낙태를 조장하는 페사리”가 아니다.

그렇다면 페사리란 무엇인가?

페사리가 뭔지를 알려면 오늘날의 페사리가 뭔지 찾아보는 것이 빠르다. 현대 의학용어 사전은 페사리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페서리는 말랑말랑한 고무 뚜껑으로서 질 상부를 밀봉하여 정자가 자궁 내로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도록 만들어진 여성용 피임기구입니다. 자궁경부 위에 덮어 씌우는 형태로서 자궁경부가 튀어나온 여성에게 더 효과적입니다. 피임용 격막의 직경은 6∼10cm로서 콘돔보다 두꺼운 고무로 만들어지며, 고무로 덮인 유연한 금속테두리를 가지고 있어 질 내에 올바르게 위치하는 것을 도와줍니다. 페서리는 다양한 크기가 있으므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격막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자가 피임용 격막과 질 사이로 새어 들어가는 위험을 완전히 피할 수 없으므로 살정크림 혹은 살정거품제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피임성공률은 90% 정도입니다."

한마디로 ‘질좌제’, 여성 피임 도구, 그러니까 고대 페사리(πεσσὸν)는 오늘날의 피임 도구 브랜드가 된 셈이다.

그러면 고대의 페사리는 무엇일까? 그것도 마찬가지이다. 현재로선 그 실제 모양을 알 수 없으나 원형의 석조(oval-shaped stone)에 린넨 천 조각으로 씌워 만든 어떤 것이라 추정 할 수 있다.

우리는 여기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히포크라테스가 의사들에게 내 주어선 안 된다고 한 그것은 어떤 피임도구이며
‘피임도구’는 ‘독초’와 동일한 것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그 “파괴적인 페사리”는 어떤 사람이 의사에게 찾아와 극약을 달라고 했을 때 “비슷한 의미로 조장하는”(οὐδὲ ὑφηγήσομαι συμ βουλίηντοιήνδε) 그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피임반대 입장이여 이는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는 근원적인 조치다. 하물며 낙태이랴?

어쨌든 한국사회에서 현안 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낙태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언을 빌어볼 때 패사리를 주는 것조차도 생명경시 행위로 간주될 뿐더러 당연히 범죄로 취급해야할 것이다.

결국 의학적으로 볼때 낙태는 죄다. 그런데 죄를 합법화하려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