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의 샘터

성지에세이10. 이즈르엘 평원

이성수
2017-03-06
조회수 2162
이즈르엘 평원은 이스라엘 땅에서 보기드문 비옥한 평야지대이다. 이곳은 단순히 평야라는 사실 말고도 매우 중요한 지정학적, 역사적 가치를 담고 있다. 이스라엘 지도를 들여다 보면, 하이파에서부터 시작된 갈멜산맥이 뻗어 내려가 남동쪽 제닌(Jenin- 성경의 벧하간)에서 사마리아 산지와 만나고, 다시 그곳에서 길보아산자락과 만나서 동쪽 트랜스 요르단의 벧산과 만나고 거기서 하부 갈릴리지역으로 이어져 다볼산과 나사렛산지를 잇는 삼각형 지역을 발견할수 있다. 이곳이 바로 이즈르엘 평원이다. 그 면적은 365평방킬로미터에 달하고 삼각형 꼭지를 잇는 세변의 길이가 각각 36km에 이른다.
이곳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이유가 있다. 제닌에서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면, 베냐민 산지와 유다 산지를 지나 아라드, 브엘세바로 이어지는 척추와 같은 중앙 분수령을 볼 수 있다. 이 등줄기와 같은 산지를 중앙 산지(the Central Hill Country)라고 부른다. 이 중앙 산지는 서쪽 지중해 해안평야 지역과 동쪽 요단 계곡, 트랜스요르단을 지리적으로 완전히 갈라놓는다. 동서를 서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해발 약 800-1000 m에 이르는 높은 산지를 통과해야만 한다. 그러나 높은 중앙 산지를 넘지 않고도 지중해 해안 평야와 트랜스요르단을 연결할 수 있다면, 그곳은 대단히 중요한 통행로가 될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스르엘 평야가 바로 그것이다. 이스르엘 평원을 통하면, 높은 산을 넘지 않아도 되고, 거친 유대 광야를 지나지 않아도 된다. 사해와 같은 장애물이 없고 평탄한 곳을 그저 조금만 걸으면, 북쪽 페니키아, 북동쪽 아람, 동쪽 길르앗 산지로 왕래할 수 있다. 그래서 이 같은 지정학적 가치 때문에 이스르엘 평원은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가나안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역사지리학자들은 전략적인 측면에서 가나안의 가장 중요한 한 지역을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이스르엘 평야를 선택한다. 이스르엘 평야를 잘 이해해도 성경의 많은 사실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이스르엘 평야에 이르면, 서쪽으로 갈멜산, 므깃도, 욕느암, 다아낙이 보이며, 조금 남쪽으로 향하면 도단과 사마리아로 이어지는 족장들의 길이 연결된다. 동쪽으로는 하롯샘을 끼고 있는 길보아산을 거쳐 요단계곡이 있는 벧산으로 이어지고 그 너머 요르단 땅에 길르앗 산지가 보인다. 이즈르엘 평야의 북쪽에는 다볼산과 나사렛 산지와 모레산, 엔돌,수넴 마을, 나인성이 위치해 있다. 이곳은 기드온 사사의 활동 무대이며 오므리왕조가 건설한 궁전터가 있고 아합왕과 이세벨왕비의 악행의 상징인 나봇의 포도원 강탈사건의 무대이기도 하다. 지금은 텔이즈르엘 유적만이 폐허더미 속에 잠겨있다.
‘이스르엘'’이란 말은 ‘하나님께서 씨를 뿌리신다’ 또는 ‘하나님께서 풍성하게 하시기를’이란 기원의 의미를 갖고 있다. 뜻 그대로 이곳은 연중 충분한 강수량과 갈릴리호수에서 깊은 계곡을 따라 흘러오는 물이 사철 공급되면서 비옥한 곡창지대를 이루고 있다.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풍요의 땅을 끼고 살았던 북이스라엘 왕국은 무엇이 부족해서 멸앙했을까? 풍요를 주시는 하나님의 이름을 날마다 부르면서도 그들은 하나님 이외의 무엇을 더 원했던 것일까? 갈멜산에서 바알숭배자들을 도륙했던 엘리야조차도 완전히 뿌리뽑아내지 못한 아세라여신 숭배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인간을 지배하고 있다. "풍요" 와 "번영"의 이름으로....